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대유위니아그룹을 '구원투수'로 마운드에 올렸다. 한앤컴퍼니와의 소송에서 승소하면 지분과 경영권을 대유위니아에 넘긴다. 대신 대유위니아는 남양유업이 경영정상화를 도울 수 있는 조건을 달았다.
앞서 홍 회장은 불가리아 사태 이후 한앤코와 지분 매각 계약을 체결했지만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후 양측은 상대방이 매각 결렬의 책임이 있다며 소송에 돌입했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홍 회장은 최근 대유위니아그룹과 상호협력 이행협약을 체결했다. 한앤코와의 분쟁에서 최종 승소할 경우 지분은 대유위니아그룹에 넘기고, 대유위니아는 경영정상화에 적극 협조할 방침이다.
◇ 홍 회장, 대유위니아와 손잡은 이유는.
홍 회장이 대유위니아와 손을 잡은 것은 부정적인 여론을 돌려 소송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현재 남양유업 정상화를 위해서는 홍 회장 일가와 선 긋기가 최우선 과제로 거론되고 있다. 이 때문에 주식 매각이 늦어지면서 여론이 악화되고, 홍 회장이 소송에서 이겨도 남양유업 정상화와는 거리가 멀다.
다만 대유위니아라는 대안이 있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지분을 한앤코에 매각하지 않아도 정상화될 수 있다는 얘기다. 지분 매각 지연에 대한 비난 여론도 피할 수 있다.
이는 향후 소송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남양유업 경영 정상화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현실적 이유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대유위니아그룹은 이번 협약 체결로 남양유업 법률준수를 위한 준수체계 구축, 기관과의 공정하고 투명한 재무·회계시스템 구축 등 경영정상화와 주주가치 제고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고객의 신뢰도를 높입니다. 필요한 경우 대유위니아그룹 전문가들이 함께 남양유업의 업무를 수행할 계획이다.
이에 홍 회장은 "대유위니아그룹은 남양유업 전원과 상생하고 남양유업을 한 단계 끌어올릴 능력을 갖춘 그룹"이라며 "남양유업이 처한 현 상황을 극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 대유위니아, 기업 회생 노하우?
한앤코를 상대로 한 소송은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소송 결과와 상관없이 남양유업을 먼저 정상화하는 것도 필요하다. 소송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기업의 존립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홍 회장이 대유위니아와 손을 잡은 데는 이유가 있어 보인다. 박영우 대유위니아그룹 회장이 2001년 삼원기업(현대 UAP)을 인수해 매출 1조4,671억원(2020년 기준) 규모의 기업으로 성장했다. 2018년에는 동부대우전자를 인수해 2년 만에 흑자로 전환했다.
경영실적이 계속 악화되고 있는 남양유업 입장에서는 대유의 '회복 노하우'가 절실하다.
다만 홍 회장과 남양유업은 MOU와 관련한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지 않아 업계 안팎에서는 홍 회장이 대유위니아그룹과 맺은 MOU에 남양유업 외식사업부 분사 조건이 포함될 것으로 보고 있다. 외식 부문에서는 홍 회장의 부인인 이운경 남양유업 고문과 차남 홍범석씨가 이끄는 카페 백미당이 핵심이다.
앞서 법원 판결로 한앤코와의 매각협상도 외식부문 분할에 걸림돌이 됐음이 드러났다. 앞서 홍 회장은 "거래에 대한 '선제조건'을 이행하지 않았고, 홍 회장 등에 대한 의결권 행사 금지 가처분 신청 결정에는 '외식사업부 살포'가 포함됐다"며 한앤코와의 매각 결렬을 발표한 바 있다."
남양유업은 그러나 매각 협상과 관련해 "언론에 밝힐 수 있는 내용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