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에서 카밀라 바리에바(16러시아 올림픽위원회ROC)의 연기가 시작되자 국가대표 출신 해설위원들은 일제히 침묵을 지켰다. 바리에바는 도핑 검사 양성 반응에도 불구하고 경기 출전을 강행했다.
발리에바는 이날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1위를 차지했다. 트리플 악셀 착지 과정에서 실수가 있었지만 기술점수(TES) 44.51점, 예술점수(PCS) 37.65점을 받아 총점 82.16점을 받았다.
피겨 국가대표 출신 해설위원들은 바리에바를 연기하는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앵커는 연기 전에 선수 이름, 곡명 등 간단한 설명만 하고 역시 경기 내내 침묵했다.
곽민정 KBS 해설위원은 바리에바의 연기가 끝난 뒤 캐스터가 약물 복용 의혹을 제기하자 우선 그 많은 책임을 지려면 출전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특별히 할 말이 없어 중계는 하고 싶지 않았다며 (발리에바에) 출전 여부는 내가 결정할 수 없지만 솔직히 곱지 않은 건 당연하다고 말했다.
이호정 SBS 해설위원도 발리에바의 연기가 끝나자 나는 금지약물을 먹고도 버젓이 올림픽 무대에서 연기한 선수에게는 아무런 멘트를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릴 때부터 훈련해 올림픽 출전 자격을 얻은 다른 선수들, 정말 정정당당하게 싸워온 선수들의 노력은 무엇이 되겠느냐고 덧붙였다.
김혜진 MBC 해설위원은 "선수 자신도 자신이 만든 도핑이라는 감옥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앞서 발리에바는 올림픽 단체전이 끝난 뒤 금지약물 복용 의혹에 휩싸인 바 있다. 지난해 12월 러시아선수권 당시 제출한 소변 샘플에서 금지약물 성분인 트리메타디딘이 검출된 사실이 뒤늦게 밝혀진 것이다. 이 때문에 러시아 반도핑기구(RUSADA)가 발리에바의 잠정 자격정지 처분을 내렸으나 곧 철회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를 대신해 국제검사기구(ITA), 세계반도핑기구(WADA), 국제빙상경기연맹(ISU)은 RUSADA의 결정을 받아들이지 않고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이의를 제기했지만 CAS는 이를 기각했다. 바리에바는 CAS 청문회에서 할아버지의 심장치료제 때문에 도핑검사에서 양성반응이 나왔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