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명품 브랜드 발렌시아가 운동화 파리 스니커즈를 국내 최초로 선보인다. 너덜너덜해지고 구멍까지 뚫려 얼핏 버리기 직전의 신발로 보이지만 80만원을 호가하는 엄연한 신상품이다.
발렌시아가는 이달 25일 파리 스니커즈를 세계에서 가장 먼저 한국에서 출시한다고 18일 밝혔다. 파리 운동화는 발렌시아가의 새로운 운동화 라인으로 한국에서 프리 론칭한 뒤 다른 나라에 공개될 예정이다.
파리 스니커즈는 컨버스화 형태로 발목까지 올라오는 하이탑 또는 뮬(굽이 벌어진 슬리퍼형 구두) 스타일로 출시된다. 어글리 슈즈로 불리는 못생긴 구두 유행을 이끈 발렌시아가가 선보인 신규 스니커즈 라인은 이미 착용한 듯한 디자인이 특징이다. 구멍이 뚫려 닳은 표면과 때가 낀 밑창 때문에 언뜻 보면 새것 같지 않다.
발렌시아가는 신규 라인에 대해 클래식 컨버스화를 변형시킨 디자인으로 이미 착용한 듯한 효과를 내기 위해 오래된 캔버스와 거친 테두리로 마무리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1930~1960년대 미드센추리 당시의 운동정신과 타임리스 캐주얼웨어를 흰색 고무창과 토를 강조해 전개하겠다"고 덧붙였다.
가격은 하이탑 스니커즈 80만원, 뮬은 64만원으로 책정했다.
낡아 보이도록 만들어진 디자인은 발렌시아가가 과거부터 선보였던 의도적 훼손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발렌시아가는 그동안 손상을 입힌 디자인의 의류 컬렉션을 선보였다. 2021년 가을겨울 시즌에 선보인 디스트로이드 크루넥 스웨터의 경우 밑단은 너덜너덜하고 팔과 몸통에 큰 구멍도 뚫려 있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발렌시아가는 이 컬렉션에 대해 의류가 수년에 걸쳐 변형될 미래상을 상상하고 구상했다고 밝혔다.
발렌시아가는 거리 패션을 하이 패션에 접목해 MZ 세대(밀레니얼+Z 세대)가 선호하는 브랜드다. 2017년 가을 겨울 시즌 트리플 S 운동화를 선보이며 어글리 슈즈 붐을 선도했다.
최근에는 편안한 신발의 대명사 크록스와 손잡고 협업 제품으로 크록스에 힐을 붙인 뮬과 부츠를 선보였다.
발렌시아가가 한국 시장에서 가장 먼저 신규 운동화 상품을 내놓은 것은 꾸준히 성장하는 시장이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발렌시아가코리아의 매출은 2017년 415억원에서 2019년 965억원으로 2배로 늘었고 2020년에는 1000억원을 돌파했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코로나19) 영향이 그대로 반영된 2020년에도 전년보다 두 자릿수(12%) 증가한 1089억원의 매출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