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열린 음악회 날 덩그러니 매점에 눈물이 났어요.

청와대에서 케이비에스(KBS) 열린음악회가 열리던 날 눈물이 났어요. 한편으로는 대통령 내외가 참석하고 연예인이 공연하는데 그 바로 옆에 덩그러니…."

최아무개(74)씨 가족은 경쟁입찰을 통해 2018년 7월부터 청와대 비서동이 있는 여민2관 1층 매점(28.75㎡), 여민3관, 춘추관, 버드나무마당 등에 자판기 5대를 설치·운영해왔다. 지난달 10일 대통령 집무실이 용산으로 이전하기 전까지는 기존 매점 이용객인 비서진·경호처 직원 등 하루 100명 이상이 매점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31일 찾은 여민2관 1층에는 집무실이 이전되고 청와대가 개방되는 과정에서 남은 최씨의 매점이 보였다. 매점 이외의 사무실의 전기는 모두 꺼져 있었다. 복도 곳곳에는 복합기와 책상 등 옮기지 못한 집기들이 남아 있었다.

최 씨는 매점의 포스기(카드 단말기)에 찍히는 카드 결제 건수가 하루 10여 건 수준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직원들이 용산으로 가고 청와대 개방에도 불구하고 여민관이 있는 구역은 여전히 시민들의 출입이 통제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정오경 매점 포스기에 기록된 카드 결제는 2건뿐이었다. 유통기한은 끝나가는데 물건은 팔 방법이 없어 폐기반품 처분하고 진열대를 비울 수밖에 없다.

최씨가 대통령비서실로부터 받은 국유재산 유상사용허가서를 보면 매점 운영 기간은 7월 11일까지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이 갑자기 결정되자 최 씨는 두 달 남짓 남은 기간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씨는 월별로 지출하는 고정비가 600만원 이상이라고 말했다. 7월까지 1년치 사용료 8000만원 남짓은 지난해 이미 낸 것으로 알려졌다. 난방 가스비 등 각종 공공요금은 별도로 낸다. 물건 보관 창고 임차료와 관리인 인건비, 매점 운영 직원 1명의 인건비도 든다.

최 씨는 책임 있는 사람의 한마디를 원했다. 용산 집무실은 갈 수 없으니 공간을 비워 달라. 선납한 돈은 돌려준다 남은 계약 기간 동안 이렇게 운영하자는 말이 전혀 없어 답답하다는 것이다. 청와대가 시민들에게 개방된 뒤 여민2관의 화장실 입구가 갑자기 폐쇄되거나 내부가 개방된 춘추관 1층 자판기에는 별다른 설명 없이 검은 천이 덮인 것도 최씨의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한겨레>에 "여관이 있는 구역을 시민들에게 개방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매점 운영자가 음료 등을 가져와 (경내에서)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방안을 찾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