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 만세"
국내 최장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기아 스포티지가 마침내 달성됐다. 6년 만에 완전 변경한 5세대 신형 스포티지가 출시 4개월 만에 SUV를 넘어서며 국내 자동차 판매 1위에 올랐다.
6일 자동차 업계가 발표한 11월 판매실적 자료에 따르면 올 7월 완전 변경모델인 신형 스포티지는 지난달 7540대가 팔렸다. 플랫폼을 공유하는 형제 차종이자 경쟁 차종인 현대차 투싼은 3861대에 그쳤다.
신형 스포티지 돌풍은 사전 계약 당시부터 예고됐다. 사전계약 첫날에만 1만6078대가 계약됐다. 투싼이 보유한 국산 준중형 SUV 사전 계약 첫날 기록 1만842대를 훌쩍 뛰어넘었다.
스포티지는 사전 계약 돌풍을 태풍에 부채질했다. 결국 4개월 만에 올해 1위가 유력한 현대차 그랜저(6918대)는 물론 국산 중형 SUV 1위인 기아 쏘렌토(4903대), 국내 판매 1위를 노리던 기아 카니발(3395대)을 제쳤다.
계약자도 많다.매경닷컴 조사 결과 지난달에만 판매 대수의 2배에 가까운 계약이 체결된 것으로 나타났다.
신형 스포티지를 지금 계약하면 9개월은 기다려야 한다. 다만 출고 대란을 일으킨 차량용 반도체의 품귀 현상이 다소 완화돼 대기 기간은 점차 단축될 것으로 보인다.
세르토스와 쏘렌토, 카니발에 힘입어 RV(레저용차)의 주도권을 쥔 기아는 태풍으로 위력을 확대한 스포티지까지 가세하며 마침내 RV 명가이자 RV 넘버 1의 자리를 굳혔다.
올해 1~11월 기아 RV 판매량은 23만7554대에 이른다. 같은 기간 현대차의 RV 판매량은 19만1506대다.
신형 스포티지는 1.6 하이브리드, 1.6T 가솔린, 2.0 디젤 세 종류다. 가장 인기 있는 라인업은 가솔린 모델이다. 판매 비중은 50%를 넘는다. 다음으로 하이브리드 모델, 디젤 모델 순이다.
인기 비결은 디자인 기아의 노하우를 담은 미래지향적 디자인, 중형 SUV 수준으로 확대된 차체, 동급을 뛰어넘는 안전·편의 사양에 있다.
신형 스포티지는 EV6처럼 새로운 디자인 철학인 오퍼짓 유나이티드(Opposites United상반된 개념의 창의적 융합)를 반영했다. 자연의 대담함과 모던한 감성이 조화를 이루는 역동적이면서도 심플한 디자인이 특징이다.
전장x전폭x전고는 4660x1865x1660mm이다. 기존보다 175mm 길어지고, 10mm 넓어지고, 25mm 높아졌다. 투싼(4630x1865x1665mm)보다 길고 낮다. 중형 SUV 못지않게 커졌다. 패밀리 SUV로서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
실내는 드라이버 중심의 피트, 최첨단 사양으로 고급스러움을 강조했다. 12.3인치 계기판과 12.3인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화면은 곡면으로 매끄럽게 하나가 됐다. 파노라믹 커브드 디스플레이다. 국내 최초로 준중형 SUV를 적용했다.
현대·기아의 장점인 안전·편의 사양도 계급을 뛰어넘는다. 전방충돌방지보조(FCA), 내비게이션 기반 스마트크루즈컨트롤(NSCC), 차선이탈방지보조(LKA), 후방충돌방지보조(BCA), 지능형속도제한보조(ISLA), 차선유지보조(LFA), 고속도로주행보조(HDA) 등을 탑재했다.
편리한 사양은 스마트한 일상을 지원해 준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차량을 조작할 수 있는 디지털 키, 내비게이션 화면을 통해 결제할 수 있는 기아 페이, 차량에서 집에 있는 사물인터넷(IoT) 기기의 상태를 제어할 수 있는 카투홈 등 기어 커넥티드 카 서비스의 기아 커넥트도 적용됐다.
실내 공기질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한 뒤 공기질을 개선시키는 능동형 공기청정 시스템도 장착했다.
스포티지는 국내 최장수 SUV로 세계 최초로 도심형 SUV 시대를 열었다. 1991년 도쿄 국제모터쇼에 출품된 스포티지 콘셉트카는 글로벌 SUV 시장에 '도심형' 화제를 던졌다.
크고 투박하며, 온로드보다는 오프로드에 초점을 맞춘 기존 SUV와는 달리 작지만 곡선미를 반영한 디자인으로 호평을 받고 있다. 모터쇼 베스트모델 10에도 선정됐다.
1세대 스포티지는 2년 뒤인 1993년 세계 최초의 도심형 SUV로 등장했다. 글로벌 자동차 회사로 성장한 도요타와 혼다는 충격을 받았다.
당시 SUV에서는 볼 수 없었던 세련된 곡선을 반영한 외모와 세단 수준의 실내 인테리어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한 수 아래로 여겨졌던 기아의 신차 개발 능력에 도요타와 혼다는 자존심을 접었다. 스포티지를 일찌감치 벤치마킹해 1994년과 1995년 잇달아 도심형 SUV를 선보였다. 글로벌 베스트셀러카로 인정받는 도요타 러브4(RAV4)와 혼다 CR-V다.
스포티지는 2004년 2세대, 2010년 3세대, 2015년 4세대로 진화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기아가 SUV 명가로 자리매김했다.
올해 10월 글로벌 누적 판매량은 617만 대. 기아 모델 중 처음으로 600만 대를 돌파했다.
스포티지 판매 태풍은 현대차에 타격을 주고 있다. 하지만 스포티지와 투싼의 싸움은 준중형 SUV 소비자들이 다른 브랜드에 눈을 돌리지 못하게 하는 차단막 역할도 한다. 현대차그룹은 물론 현대차 입장에서도 중장기적으로 나쁘지 않은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