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광명 동두천 세종 대구 등 수도권과 지방 주요 지역의 집값 하락세가 갈수록 높은 대출금리와 보유세 부담, 집값 고점 인식 확산으로 매수세가 급격히 약화됐기 때문이다. 일부 아파트 단지에서는 기존 시세에 비해 가격이 몇 천만원 이상 떨어진 곳도 드물지 않다.
11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번 주 전국 아파트 값은 0.13% 올라 9주 연속 상승폭을 줄였다. 이번 주 상승률은 지난해 10월 마지막 주(0.13%) 이후 약 1년 2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서울 등 수도권은 물론 지방 주요 지역에서도 집값 상승세가 둔화된 영향을 받았다.
그동안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등 각종 개발 호재에 힘입어 집값이 가파르게 오른 경기지역에서도 하락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경기 광명은 이달 첫째 주 아파트 값이 0.01% 하락해 지난 주 0.05% 하락한 동두천에 이어 경기 지역에서 두 번째로 하락 전환됐다.
광명 하안동 A단지 84m(이하 전용면적)의 경우 11억6000만원에도 거래됐으나 최근 10억원에 팔려 1억원 이상 가격이 떨어졌다. 일직동 B단지 84m도 한때 15억원에 이르던 거래가격이 지난달에는 12억5000만원으로 급락했다. 광명은 신안산선 개통 호재 등으로 집값이 크게 올랐지만 매수세가 줄어들면서 매물이 늘고 있다.
올 상반기까지 침체됐던 동두천도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었다. 정부가 올해 8월 지행역 인근 6개 동(동두천 보산 상패 생연 송내 지행동)을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면서 규제가 강화된 데다 외지 매수도 줄어 매물이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행동 일부 아파트는 최근 몇 개월 새 몇 천만원 이상 실거래가가 하락했다.
세종과 대구 등 지방도 분위기는 비슷하다. 세종 아파트 값은 이번 주 한국 부동산 통계상 0.33% 하락해 2014년 7월 이후 7년 4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대구도 이번 주 0.02% 떨어져 4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세종은 10월 기준으로 미분양 주택이 129가구로 조사돼 2016년 4월(3가구) 이후 5년 6개월 만에 미분양 빨간불이 켜졌다.
주택산업연구원이 발표한 이달 분양경기실사지수(HSSI)를 보면 대구와 울산은 각각 62.5, 76.9로 지난달보다 하락했다. 이 지수가 100을 밑돌면 분양 경기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다는 의미다. 정부의 대출규제 강화와 기준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 부담 등으로 아파트 매매시장뿐 아니라 분양시장에도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는 설명이다.
정부는 서울도 조만간 아파트 값 상승세가 꺾일 것으로 보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8일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서울은 일부 지역에서 아파트 값이 하락 진입 직전 수준까지 안정됐다며 11월 실거래의 절반이 직전 거래에 비해 보합세를 보이면서 하락하고 지방은 가격 하락 지역이 증가하는 추세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