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5월 초 ㄱ학교 체조부 선수였던 16살 A양은 4일 후 예정된 제70회 종별체조선수권대회와 국가대표 선발전 출전을 앞두고 연습 중이었습니다. 이날은 A 양이 학교 체조부 지도자의 부탁을 받은 고중학교 체조부 지도자의 지도 아래 니은 학교 체육관에서 다른 선수들과 훈련을 시작했습니다.
훈련은 아침 9시부터 달리기와 스트레칭을 시작으로 복근운동, 물구나무서기 걷기 등 기초체력운동과 이단평행봉 훈련, 도마 훈련의 순서로 진행됐습니다.
그리고 그 사고가 났어요
오후 2시가 지나면서 진행된 '손을 짚고 앞으로 도는 공중 12턴' 동작을 하던 A씨는 공중에서 완전히 턴을 마치지 못하고 바닥에 그대로 머리를 박았습니다. 그리고 경추 4, 5번이 골절되어 척추를 손상시키고, A씨는 손발이 완전히 마비되었습니다. 체조선수로 희망찬 미래를 꿈꾸던 A 양에게는 하늘이 무너지는 것이었습니다.
사고 동작은 기술 난이도 5.0 만점에 4.8점인 고난도 동작이지만 중학교 1학년 때부터 각종 대회에서 이 동작 상위권에 입상해 노련미를 가졌던 A양에게는 매일같이 연습에 불과했다.
사고 발생 후 2015년 5월 말부터 2018년 1월 중순까지 인천시 학교안전공제회는 요양급여와 장애급여, 위자료 등의 항목에서 A양 측에 약 5억8백만원을 지급했습니다.
그러나 몇 년 뒤 A양 측은 스스로 훈련을 담당했던 지도자들과 이들을 지휘하고 감독하는 학교 교장이 보호·감독 의무를 소홀히 해 사고가 났다며 L학교를 설립, 운영, 감독하는 인천시와 인천시 학교안전공제회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습니다.
A양 측은 "선발전 대비 훈련 직전까지 3일간 학교대항전에 참가해 사고 전날 기초체력훈련과 종목별 기본훈련을 마치고 3시간가량 감량 프로그램을 하다 보니 피로가 누적된 상태에서 제대로 쉬지 못하고 사고 당일 훈련에 참가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특히 사고가 난 날엔 훈련 도중 서 있기 힘들어 자리에 앉거나 상체를 구부리고 무릎을 꿇다 마지막 훈련에선 제대로 동작이 안 돼 실패해 혼자 몇 번을 반복했지만 5차 시도 때 사고가 났다는 것.
A 양 측은 이를 위해 자신에게 과도한 체중감량 훈련을 시킨 지도자와 사고 당일 훈련을 지도한 지도자, 그리고 이들을 지휘 감독하는 학교의 교장이 책임이 있다며 학교를 설립, 운영, 감독하는 인천시가 앞으로 발생할 치료비와 보조구비, 간병비 등도 포함해 모두 16억8천만원가량을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A 씨 측은 또 이 사고가 학교안전법의 학교안전사고에 해당하기 때문에 학교가 가입한 인천시 학교안전공제회가 해당 규정에 따른 공제급여에서 이미 지급된 금액을 제외하고 약 2억9천만원을 추가로 지급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인천시와 인천시학교안전공제회는 지도자가 당시 A 양에게 무리한 훈련 지시를 하거나 사고 당일 보호감독 의무를 태만히 한 과실은 없었다며 책임은 없다고 밝혔다.
인천지법 민사11부(부장판사 정창근)는 인천시와 인천시 학교안전공제회가 A씨(22여)에 대해 9억9800만원과 2억8800만원을 각각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학교 체조부 지도자와 사고 전날 진행된 훈련지도자는 (당시) A양이 빡빡한 일정 때문에 체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예상했지만, 체조의 특성상 순간적인 집중력 결여가 중대한 사고로 이어질 위험성을 항상 갖고 있어 이를 사고 당일 지도자에게 충분히 설명할 주의 의무를 게을리 했다"고 밝혔다.
또 A 씨는 사고 동작에 대한 상당한 숙련도가 있었음에도 체력 부족으로 심각한 사고를 당했다며 사고 당일 지도자도 사고 동작의 난이도와 부상의 위험성을 알고 A 씨의 상태를 유심히 관찰할 의무를 게을리 한 채 사고 동작 수행을 연속적으로 지시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사고는 체조부 지도자로서 직무에 관한 보호감독 의무를 다하지 못한 과실이 있다며 인천시가 이들 지도자와 이들을 지휘감독하는 학교 교장의 사용자로서 A 씨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다만 "A양의 체조 경력으로 볼 때 자신이 체력이 떨어진 것을 인지할 수 있었음에도 지도자에게 알리거나 훈련 중단을 요청하지 않은 점, 지도자와 선수의 위계질서상 선수가 지도자의 지시를 거부하기 어려워도 강압적으로 훈련시키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인천시의 손해배상 책임을 60%로 제한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