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천대우 대주주 김만배씨를 압박해 100억원을 받은 '대장동 일당'이 여권 정치인 일가의 부동산을 매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부동산 개발 사업에는 남욱 변호사 소유 회사도 이름을 올렸다. 로비자금 조성에 일조한 대장동 일당은 김 씨에게서 받은 돈으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에 연루된 KH그룹 관련 주식에도 수 십억원을 투자했다.
14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수사팀은 위례·대장동 사업 분양대행업체 대표 이기성씨와 토목업자 나석규씨 등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김만배씨로부터 나씨에게 전달된 100억원의 용처를 파악했다. 김씨는 2019년 4월 박영수 전 특별검사의 친척인 이씨에게 109억원을 건넸고, 이씨는 이 중 100억원을 나씨에게 건넸다. 김씨는 대장동 사업 인허가 로비 등 명목으로 42억원여 건넸다는 내용이 담긴 '이기성·나석규 내용증명서'로 압박을 받고 이들에게 돈을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나 씨는 100억원의 용처에 대해 검찰 조사에서 부동산 구입 대금으로 30억원을 썼고 70억원은 대양금속 주식 매입에 썼다고 밝혔다. 그는 2019년 2월 경기 용인시에 있는 76억원 상당의 건물을 매입하는 계약을 맺었다. 매매계약은 김만배씨가 돈을 주기 전에 맺었지만 잔금은 돈을 받은 뒤인 같은 해 6월 3일 치렀다. 김 씨에게서 돈을 받을 것을 미리 알고 건물을 구입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등기부등본 등을 확인한 결과 해당 건물의 전 소유주는 남경필 전 경기도지사의 친동생이었다. 다만 나씨는 계약 당시에는 이를 몰랐다는 입장이다. 건물은 매입 3년여 만에 호가가 2배가량 올랐다. 인근의 한 공인중개사는 "올해 초 135억원에 매매될 뻔했지만 계약이 깨졌다"고 전했다. 나 씨는 빌딩을 오피스텔로 신축해 분양사업을 벌일 계획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2020년 작성된 오피스텔 사업 건축설계용역 계약서상 건축주로는 남욱 변호사가 소유한 'NSJ홀딩스'가 적시됐다. 남 변호사는 2016년 이기성·나석규씨 등과 사전 모의를 통해 내용증명서 작성에 관여한 뒤 김씨에게 돈을 요구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김씨로부터 돈을 받은 과정과 그 돈으로 진행된 부동산 개발 사업까지 남 변호사가 당시에는 이들과 일체로 움직였을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이씨가 나씨를 상대로 '나씨가 대장동 토목사업권을 따내려고 100억원을 이씨에게 줬지만 사업권을 얻지 못해 공갈·협박해 20억원을 받았다'는 취지로 고소 사건을 수사 중이다. 검찰도 대장동 일당 내용증명 작성 경위와 배당수익 자금 흐름을 조사하고 있다.
나씨는 빌딩 매입 외에 2019년 12월 KH그룹이 대양금속 인수를 위해 설립한 투자조합 지분 25만주를 사들이는 데도 30억원을 썼다. KH그룹은 이 대표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을 받고 있는 쌍방울그룹 김성태 전 회장 소유의 착한 사람 베스트와 수 십억원대 거래를 하는 등 밀접한 관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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