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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무너질까봐 불안 거리로 뛰쳐나온 계성여고생들

임영재 2023. 4. 18. 0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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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연제구 거제2구역 레이카운티 재개발 공사 때문에 교사에 금이 가는 등 피해를 보는 계성여고 학생들이 학습권 보장을 요구하며 시위에 나섰다. 법원의 공사 일부 재개 결정에 반발해 재개발 공사를 맡은 HDC현대산업개발을 규탄하기 위해서다.


계성여고 학생들은 17일 오후 1시30분께 연제구 거제동 학교운동장에서 집회를 열고 공사현장까지 가두행진을 벌였다. 학생회가 주관한 이 집회에는 전교생 375명 중 대부분인 350여 명이 참석했다. 계성여고 2학년 박소연(17) 부회장은 "학생회의를 통해 마스크에 붙이는 스티커와 플래카드 문구를 정하고 시위에 나섰다"며 "공사 때문에 교실 10개 사용이 금지되고 다른 교실에서 이동수업을 하는 등 학생들이 겪는 불편은 매우 크다"고 말했다. 시위에 참가한 정유경 양(17)은 학교와 학생회 측에서 힘을 모아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동의해 참여하게 됐다며 학교가 언제 무너질지 모른다고 생각하면 학교에서 늘 불안하다고 말했다.

부산지법은 7일 계성여고 건물 안전 위협으로 중단됐던 재개발 공사의 일부 재개를 인가했다. 계성여고 지반 바로 아래 설치된 흙막이 시설의 수명에 한계가 있어 영구적으로 지반 무게를 지탱하는 본 구조체가 신속히 설치돼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임시 시설 바로 위에는 학교 본관 건물, 체육관, 운동장이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의 주장이 받아들여진 것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은 흙막이 시설 지지대 수명이 다해 현재 상태로 방치할 경우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조속히 공사를 재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산지방법원의 판결은 기존 결정을 뒤집은 것이다. 부산지법은 지난해 12월 아파트 건설공사로 인해 계성여고의 건물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며 계성여고가 제기한 공사중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법원은 당시 한국지반공학회의 조사 결과를 검토해 현장검증을 벌여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시공사가 교사 바로 밑에서 공사하면서 학교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기본 조사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밝혔다. 또 임시시설 시공 자체가 적절하지 않은 공법으로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학교 건물 균열과 침하, 누수가 지속돼 안전성이 담보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학교는 공사 일부 재개를 인정한 법원 판결과 HDC현대산업개발을 비판했다. 법원의 공사중지 결정 이후 학교 측이 정밀안전진단과 안전조치를 지속적으로 요구했지만 응답하지 않았고, 공사 재개를 빌미로 안전문제를 들고 나왔다는 것이다. 또 재개발 공사로 인해 학생들이 심각한 피해를 보고 있음을 강조했다. 계성여고 마석환 교장은 "2021년부터 체육관과 운동장이 부서지기 시작했다. 이대로라면 3학년 학생들은 운동장에서 한 번도 뛰어다니지 못하고 졸업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며 당장이라도 공사를 멈추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HDC현대산업개발은 공사 재개는 안전을 위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HDC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외부 토목공학 전문가들에게 정밀 검토를 요청한 결과 현재 설치된 토막 내구연한이 거의 경과해 현 상태로 방치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판단이 나왔다"며 "공사 중에도 외부 정밀안전진단업체를 통해 지속적으로 안전을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거제 2구역 재개발 사업 지구인 연제구 거제동 802번지 일대 18만 7798㎡ 부지에서는 2020년 9월부터 4470가구의 레이카운티 아파트 건설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지난 2021년 5월부터 재개발 부지 인근 계성여고 건물에 균열이 생겨 운동장 침하 현상이 발생하는 등 안전 문제가 잇따랐다.

학교는 지난해 9월 학생의 학습권과 안전이 침해된다며 학교에 영향을 주는 공사 중지를 요구하는 가처분 신청을 냈다. 법원은 지난해 12월 신청을 받아들여 HDC현대산업개발에 일체의 공사를 중단하라고 명령했으나 현대산업개발의 이의신청을 받아들여 7일 안전을 이유로 일부 재개를 허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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