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 아들과 생사가 갈린 어머니, 발인식이 또 무너졌다.

포항 지하주차장 참사로 15세 아들과 생사가 갈린 어머니는 슬픔에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했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가족을 잃은 유족들의 눈에는 슬픔이 짙게 배어 있었다.

지난 9일 참사 희생자 6명의 발인이 포항의료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됐다. 발인식은 오전 6시 30분부터 11시까지 5차례에 걸쳐 진행됐다.

중학생 김모 군(15)의 영정은 마지막으로 발인식장에 들어섰다. 현장은 어머니 김모 씨(52)를 비롯해 유족과 친지, 지인들의 흐느낌으로 가득 찼다.

예배와 헌화가 끝나자 김군의 친구 6명이 운구를 맡아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어머니 김씨는 당황한 듯 영구차에 실린 관에서 한동안 눈을 떼지 못했고 유족들도 흐르는 눈물을 참지 못했다.

교복을 입은 앳된 얼굴의 친구들도 운구차가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자리를 지켰다.

전날 입관식 이후 구급차를 타고 치료 중인 병원으로 이동한 김씨는 발인 후 몸을 가누지 못해 가족의 도움을 받았다.

그럼에도 김씨는 이날 시립화장장까지 동행해 아들 곁을 지켰다.

 

 

 

 

 

김씨 모자는 6일 태풍 힌남노의 영향으로 많은 비가 내릴 당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차를 빼러 갔다가 생이별했다.

탈출 도중 체력의 한계를 느낀 김 씨가 당신만이라도 살아야 한다며 아들을 쫓아내려 하자 김 군은 엄마 사랑해요.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아쉽게도 이것이 두 사람의 마지막 작별 인사가 됐다.

부부가 희생된 남편 남모(68) 씨와 부인 권모(65) 씨의 발인식은 동시에 열렸다.

장례식장 앞에는 영구차 두 대가 나란히 세워졌고 어린 손자 두 명이 얼굴이 찍힌 영정을 들었다.

유족들은 "아이고, 아이고" 울먹이며 장례버스에 몸을 실었다.

독도 경비대에 근무하는 형과의 추억이 담긴 차를 빼러 갔다가 숨진 김모 씨(22)의 발인식에도 비통함이 감돌았다.

군복을 입고 온 친구를 비롯해 지인 40여 명은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절을 했다.

그의 영정은 형이 물었다. 동생 소식을 들은 그는 경북경찰청 헬기를 타고 제때 장례식장에 도착했다.

홀로 어머니와 함께 살아온 홍모(52) 씨와 베트남전 파병용사 안모(76) 씨 등의 발인도 이뤄졌다.

참사 희생자인 같은 아파트 주민 허모(54) 씨와 다른 장례식장으로 이송된 S아파트 주민 주모(66) 씨의 발인식은 전날 열렸다.

지난 6일 경북 포항시 남구에서는 하천 '냉천'이 범람해 주변 아파트 지하주차장 3곳에서 주민 8명이 주차된 차량을 인출하려다 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