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들에게 미안해요."
꼭 이런 선택을 했어야 했는지… 30대 엄마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은 '미안해'였다. 발달장애 자녀와 함께 돌아가신 어머니가 또 나왔다. 이런 비극적인 일이 매년 여러 차례 반복되고 있다.
A씨(32)는 24일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있는 아들과 끝내 눈을 감았다. 그는 가족에게 "죄송하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는 일반 어린이집에 다니며 장애 관련 등록을 하지 않았다. 상담이나 지원도 받지 않았다. 그는 현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아이는 자폐증 진단을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언어 발달 등이 또래보다 늦게 병원에 갔다가 '충격적인' 자폐 판정을 받았다. 어머니는 이 과정에서 심각한 우울증을 앓았을 가능성이 있다. 우울증은 강한 스트레스가 갑자기 가해지면 발생할 수 있다. 뇌의 신경전달에 이상이 생겨 본인 생각과 달리 극단적인 선택도 할 수 있다.
아이가 발달장애로 태어난 것은 부모의 책임이 아니다. 하지만 자책감에 시달리는 사람이 많은 게 현실이다. 한 50대 말 암 환자는 "다음 생에 좋은 부모님을 만나라"는 유서를 남긴 뒤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하지만 20대 딸(지적장애 3급)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갑상선 말기 환자인 그는 남편과 이혼하고 딸과 단둘이 살면서 심각한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다.
한국은 세계 10위권 경제 강국의 위상과 달리 장애인에 대한 국가적 돌봄 체계가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미국과 유럽에서 살아온 장애인 부모는 열악한 국내 환경에 좌절한다. 발달장애를 가진 자녀의 부모는 암울한 미래에 우울증을 앓는 경우가 적지 않다.
발달장애는 인지기능 발달 지연, 몸의 움직임 이상 등으로 인해 나이에 맞게 성장하지 못하는 상태를 모두 의미한다. 발달장애 원인은 뇌손상, 각종 신체질환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관여한다. 부모는 자녀의 발달장애가 자기 탓이라고 지나치게 자책해서는 안 된다. 운동발달장애의 흔한 원인은 뇌성마비, 정신지체, 근육질환 등이 있고 언어발달장애의 원인은 자폐 스펙트럼 등이다.
전국장애인보호자연대는 "발달장애인 지원서비스 및 정책 부족으로 부모가 발달장애 자녀를 살해하거나 극단적 선택을 하는 비극적인 사건이 매년 수차례 반복되고 있다"며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을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더 이상 장애인, 발달장애, 중증장애 가족의 아픔이 이어지지 않도록 적어도 낮에만이라도 지원체계를 만들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장애아를 둔 부모들은 희망이 보이지 않는 암울한 미래에 더욱 좌절하고 있다. 발달장애는 이제 가족이 전적으로 떠안아야 할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와 국가가 책임져야 할 구조적 문제다.
요즘 우연우 열풍은 허구의 드라마일 뿐이다. 대부분의 발달장애는 혼자서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어렵다. 부모가 나이가 들어도 24시간 돌봐야 한다. 자녀의 미래를 위해 부모가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적어도 낮 시간만이라도 지원해달라"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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