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에서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하이볼 열풍'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하이볼 열풍을 주도하는 편의점들은 타 업종 기업과 협업 마케팅을 펼치며 주 고객인 2030년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올인'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유명 위스키 업체들도 커지는 한국 하이볼 시장을 잡기 위해 도전장을 던질 태세다. 유통·주류업계에서는 오크칩에서 하이볼 맛만 흉내낸 제품이 이끈 1차 유행, 위스키 원액이 포함된 일본산이 주도한 2차 유행에 이어 3차 대유행이 시작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마케팅 격전장이 된 하이볼 시장.
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세븐일레븐은 배달의민족과 협업한 '가슴 아픈 하이볼' 2종을 5일 출시했다. 스퀴즈 브루어리가 개발한 발효주를 기반으로 만든 제품이다. 건배할 때 잔 부딪히는 소리인 '찬'을 배달의민족 자체개발서체 '한나채'로 캔 전면에 크게 노출했다.
GS25를 운영하는 GS리테일도 인기 도넛 브랜드 노티드와 손잡고 애플 하이볼과 레몬 하이볼 2종을 6일 출시했다. 지난주 몰디브 하이볼을 선보인 데 이어 일주일 만의 신제품 출시다. 편의점 업계에서는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CU가 지난해 11월 업계 최초로 RTD(ready to drink) 하이볼 '아후하이볼'을 선보인 뒤 GS25와 세븐일레븐까지 본격 참전하면서 경쟁이 격화되는 양상이다.
편의점 하이볼 마케팅은 타업종 기업과의 단순 협업에 그치지 않는다. 달콤한 하이볼 맛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특정 요리와의 조화까지 고려해 협업 대상을 고른다. GS25가 일본식 튀김 오마카세로 유명한 레스토랑 '쿠시마사'와 협업한 하이볼 2종, 세븐일레븐이 제주 흑돼지식당 '숙성도'와 손잡고 내놓은 하이볼 2종이 그런 사례다.
이는 한때 편의점 시장을 달궜지만 인기가 확산된 수제맥주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한 전략적 포석이다. 크래프트 맥주는 2020년 '곰표맥주' 히트 이후 다양한 콜라보레이션 제품이 쏟아져 나오면서 소비자들에게 피로감만 더하는 악수를 자초했다.
○글로벌 위스키 업체도 참전
편의점의 하이볼 마케팅은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GS25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하이볼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01% 급증했다. 특히 젊은 층의 선호가 두드러졌다. BGF리테일이 지난해 11월 제품을 처음 선보인 뒤 지난달까지 하이볼의 연령대별 매출 비중을 분석한 결과 20대가 45.2%로 절반 가까이 차지했다.
하이볼의 국내 인기를 확인한 글로벌 위스키 업체들도 하이볼 전쟁에 속속 뛰어들 태세다. 일본 위스키 업체 빔산토리는 상반기 국내에 RTD 하이볼을 출시할 계획이다. 이 회사는 일본 미국 등지에서 짐빔 클래식 하이볼과 짐빔 진저 하이볼 등 2종의 RTD 하이볼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국내 수제맥주 업체 세븐브로이, 카불 등도 RTD하이볼 출시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최근 소주나 맥주 대신 하이볼을 찾는 소비자가 늘면서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스낵 종류도 바뀌고 있다"며 "히트상품 등장이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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