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직장인 정모씨는 최근 집 근처 공인중개사무소를 찾아 상담을 진행했다. 지난해 2월 부동산 광풍을 맞아 구입한 아파트가 애물단지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이대로는 평생 집을 살 수 없다는 조바심에 직장에서 한참 떨어진 강서구 쪽에 아파트를 샀다"고 말했다. 당시 7억원 상당의 아파트 가격을 마련하기 위해 주택담보대출부터 저축은행 신용대출, 회사대출 등을 끌어왔다. 영혼까지 모은 대출로도 모자라 부모에게 차용증을 써주고 1억원을 빌려 산 아파트였다.
문제는 대출금리가 빠르게 뛰면서 이자 부담이 커졌다. 정씨는 "매월 190만원 정도를 빚 갚는 데 쓴다"며 "아파트값이 오르면 버틸 수 있지만 떨어질 수 있다는 얘기도 많아 지금이라도 팔아야 할지 고민"이라고 토로했다.
늘어나는 대출이자에 '패닉바이잉(공포매수)'으로 집을 산 차주들의 잠 못 이루는 밤이 이어지고 있다. 부동산 플랫폼 업체 직방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전국 아파트 연립주택 등 공동주택 거래량(24만8633건) 가운데 보유기간 3년 이하의 거래 비중은 26.14%다. 이는 2019년 4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1년 안에 판 비중은 같은 기간 거래된 집합건물 10여 채 중 1채(9.92%)에 이른다. 직방 관계자는 "2~3년 전 저금리로 대출을 받아 산 경우 이자 부담을 견디지 못해 처분하는 경우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 변동금리가 고정 추월한 '금리 역전'
시장금리가 급등하면서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가 고정(혼합형) 금리보다 높아지는 역전 현상이 나타났다. 29일 기준 4개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신규취급액 코픽스 기준)는 연 4.445.63%였다. 상단 기준으로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연 4.46~5.54%)를 웃돌았다.
일반적으로 고정형 주담대 상품은 은행이 금리 변동에 대한 위험성을 떠안기 때문에 가산금리 등을 더 붙여 변동형 상품보다 금리가 높다. 금리가 역전된 것은 변동금리 지표금리인 코픽스가 급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최근 5개월 연속 상승해 6월 15일 기준 2.38%를 기록했다. 전달보다 0.4% 상승했다. 은행연합회가 2010년 1월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를 발표한 이후 가장 큰 상승폭이다. 특히 신규 취급액 코픽스는 은행들이 매달 새로 취급하는 수신상품(예금 적금 등)의 가중평균금리여서 기준금리를 상대적으로 빨리 반영한다.
반면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5년 혼합형)의 기준이 되는 은행채(무보증 AAA) 5년물 금리는 최근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17일 연 4.147%까지 올랐지만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28일에는 연 3.627%까지 떨어졌다.
신용대출 금리도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4대 은행의 신용대출 평균 금리는 29일 기준 연 4.91~5.66%다. 일부 은행의 신용대출 금리 상단은 연 6.29%로 뛰었다. 시장에서는 13일 한국은행이 첫 빅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한 데 이어 8월에도 금리를 올리면 신용대출 금리는 조만간 7%대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리 7% 시대 170만명 빚 못 갚는다
대출금리가 무섭게 오르면서 대출 취약계층의 부실 위험은 커지고 있다. 금감원은 대출 평균금리가 7% 수준에 이르면 소득에서 생계비를 빼면 대출 원리금을 갚지 못하는 사람이 19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했다.
앞으로 시장금리가 1%포인트 더 오르면 2금융권 대출자 97만명이 대부업이나 제도권 밖 금융으로 밀려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김미르 KDI 연구위원이 26일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제2금융권에서 연 18~20%의 고금리 신용대출을 받는 취약계층은 시장금리가 더 오르면 대출 연장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 제2금융권은 법정 최고금리 한도(연 20%)에 묶여 대출조달 금리를 높이기 어렵기 때문이다.
3개 이상의 금융회사에서 기업대출을 받은 개인사업자도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기업대출을 받은 개인사업자 중 다중채무자는 38만2235명이다. 2019년 말(13만1053명)에 비해서는 약 3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대출 잔액도 101조원에서 183조원으로 80% 늘었다. 진 의원은 "자영업자들은 기업대출 외에도 개인 자격으로 받은 가계대출까지 사업에 끌어들이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실제 위험은 이보다 더 심각할 것"이라며 "다중채무자의 연체율을 관리하기 위해 금융당국이 금융지원책을 적극 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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