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 스페셜

LH 철근 새는 법석을 떨면서도 전관에 일감 몰아주기 마련이다

임영재 2023. 8. 17. 0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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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토지주택공사(LH) 철근 누출 아파트 사태 여파가 끊이지 않고 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15일 파라과이 해외출장 중임에도 "LH 전관업체와의 용역계약 절차를 전면 중단하라"고 지시했다. 원 장관이 긴급 지시를 한 것은 LH가 철근 누출 사태에 책임이 있는 설계·감리업체들에게 사태 발생 후에도 여전히 일감을 주고 있는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이들 업체에는 LH 등 전관이 다수 포진해 있다.

이번 사태는 지난 4월 검단신도시 LH 아파트 지하주차장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정부는 사고 원인으로 지목된 무양판 아파트 91개 단지를 전수조사해 15개 단지에서 철근 누출을 확인했다고 밝혔으나 이후 조사 대상 아파트를 10곳이나 누락한 데다 철근 누출 아파트 단지 수마저 5곳이나 축소하는 등 황당한 사실이 추가로 드러나고 있다. 심지어 최근에는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에서 "임원 전원 사직서를 받았다"고 밝혔지만 이 역시 8800명 임직원 중 불과 5명의 사직서를 받았고, 이마저도 대부분 임기가 끝났거나 한 달 남은 사람들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나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LH에 대해 해체 수준의 전면 쇄신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철근 누출 전관기업이 또 수주하다니

철근 누락 아파트와 업체 명단이 공개된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14일까지 LH의 용역 입찰 심사 결과가 나온 곳은 6개 단지였다. 지난 15일 본보가 LH 전자조달시스템을 통해 심사 내역을 분석한 결과 철근 누락 16개 아파트 단지에서 설계·감리를 담당한 업체 3곳이 이번에도 입찰을 따낸 것으로 나타났다. 더구나 이들 기업은 모두 LH 출신이 대표 등을 맡는 전 관공업체였다. 정부가 전관 카르텔을 없애기 위해 철근 누출 단지에 참여한 기업들의 실명까지 공개했음에도 여전히 전관 기업이 일감을 독차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지난 11일 경기 이천 창호원아파트 감리용역 심사에서 최고점을 받아 수주한 컨소시엄에는 철근누설아파트 4단지 설계와 감리를 담당한 A사가 포함됐다. 용역업체 선정은 교수와 연구원 등 외부 전문가들이 정량·성의 평가에서 점수를 매긴 뒤 최고점을 받은 기업이 사업권을 얻지만 정성평가에서 전관의 영향력이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A사는 LH 고위급 출신이 설립했으며 현재 대표이사도 LH 출신이다. 철근 누출 아파트 2곳의 설계를 담당하는 전관기업 B사도 같은 컨소시엄에 참여하고 있다. 지난 8일 대전 죽동2공공주택지구 설계용역을 수주한 C사는 인천의 철근누설 아파트 감리를 맡은 기업이다. 나머지 용역 4건도 모두 LH 출신 전관기업이 따냈다.

이와 별도로 지난달 발표 때 LH가 철근 누출을 확인하고도 숨겼던 단지 5곳 중 3곳의 감리를 모두 전관업체가 담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나머지 2곳은 LH가 자체 감리한 사업장이어서 사실상 외부 감리는 100% 전관업체가 맡은 셈이다. 평택 소재벌 A-7단지 감리를 맡은 D사는 LH 출신이 대표를 맡고 있다. D사는 사고가 난 검단신도시 아파트와 광주 화정아이파크 감리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는 철근 누출 2단지의 감리도 담당했다.

고양 장항 A-4단지 감리를 맡은 E사 역시 전관업체다. E사는 앞서 철근 누출 사실이 발표된 철근 누출 단지 15곳 중 2곳의 설계도 담당했다. 익산평화감리를 맡은 F사도 전관이 설립한 회사다.


◇변화 없는 LH "해체 수준 쇄신 필요"

정부의 잇따른 경고에도 LH 비리가 근절되지 않는 이유는 비대한 권한과 심각한 내부 칸막이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LH는 공공택지 조성 때 토지보상과 공공주택 공급을 독점하고 있다. 부동산 정보를 누구보다 먼저 알 수 있고 설계·감리 등 용역업체 선정에서 막강한 권한을 행사한다. 이 때문에 조직의 상관이 퇴직 후 관련 기업으로 이직하고, 이를 후배들이 뒷받침하는 '카르텔'이 어느 조직보다 공고하다는 것이다. 정수영 제주대 교수는 "전관 카르텔과 같은 비리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LH 기능을 해체 수준으로 축소하고 민간을 지원하는 정도만 남기는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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