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죽었으면 좋겠다고 말한 어머니가 있다. 아들은 자폐증 스펙트럼으로 진단받은 여덟 살짜리 아이였다. 어머니는 아들의 완치를 고집했다. 하루를 쪼개 각종 치료시설을 전전하는 게 모자의 하루 일과였다. 엄격한 어머니 교육은 때로는 학대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그런데 정말 그 아들이 죽었다. 살인 용의자로서 모친이 특정되었다. 아들이 죽던 날 더 이상 이렇게 살 수는 없다. 오늘 끝내자!고 쓴 어머니의 메모가 발견됐다. 자폐 아들을 죽인 비정의 어머니 법정의 말은 특유의 명료함으로 앞뒤가 맞는 살인의 서사를 완성했다. 한국계 미국인 작가 앤지 김(한국명 김수연)의 데뷔작인 장편소설 미라클 크리크는 죄와 죄가 아닌 것을 구분하는 명료함 너머, 때론 추하고 너덜너덜해지기도 하는 인간의 선의에 대한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