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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 꿇고 절한 전두환 손자…5·18 유족들 껴안았다

임영재 2023. 3. 31.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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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민주화운동단체와 만난 고 전두환 전 대통령의 손자 정우원 씨(27)가 내 할아버지 전두환 씨가 518 학살의 주범이라고 무릎을 꿇고 대신 사과했다.

정씨는 31일 오전 광주 서구 5·18기념문화센터 리셉션홀에서 5·18 유족·피해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정두환씨는 5·18 앞에 너무 큰 죄를 지은 죄인"이라며 "민주주의 발전을 도모하지 못해 오히려 민주주의가 거꾸로 흐르게 했다"고 밝혔다.

그는 "양 탈을 쓴 늑대들 사이에서 평생 자라왔고 나 자신도 비열한 늑대처럼 살아왔다"며 "이제는 내가 얼마나 큰 죄인인지 알게 됐다. 내가 의리가 없어서가 아니라 죄책감이 너무 커서 이런 행동(사과)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포를 극복하고 용기로 군부독재에 맞서 고통받았던 광주시민들께 가족을 대신해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며 "더 이상 빨리 사과의 말씀을 드리지 못해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제가 이 자리에 있는 것 또한 죄악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런 자리를 마련해 주셔서 따뜻한 마음으로 받아주셔서 감사하다"고 울먹였다.

정씨는 "제가 느끼는 책임감을 보실 수 있도록 앞으로 회개하고 반성하는 마음을 갖고 살겠다"고 전했다. 필요할 경우 5·18 진상규명조사위원회 조사와 5·18 기념식 등에 참석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정씨는 5·18 당시 가족을 잃은 오월 어머니들 앞에서 무릎을 꿇고 절하기도 했다. 오월 엄마들도 눈물을 글썽이며 "용기를 내줘서 고맙다"며 정씨를 꼭 껴안거나 손을 잡았다.

지난 5·18 당시 고등학생 시민군으로 활약하다 숨진 고 문재학 열사의 어머니는 "그동안 얼마나 무섭고 힘든 고통의 시간을 보냈을까 하는 생각에 가슴이 아프다"며 "광주를 제2의 고향처럼 생각해 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 차분히 얽혀 있는 실타래를 풀어가는 심정으로 5·18의 진실을 밝히고 화해의 길로 나갑시다"라고 덧붙였다.

28일 뉴욕에서 귀국한 정 씨는 인천공항에서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38시간 만에 풀려났다. 석방 직후 광주를 찾은 정씨는 하루 종일 호텔과 주변에서 휴식을 취하며 5·18 단체와의 만남을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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