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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비 아끼려고 음주킥보드 타고 퇴근길 사고 속출

임영재 2023. 3. 23. 0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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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전 1시경 서울 마포구 홍익대 정문 앞 사거리.

술 냄새를 풍기는 젊은 남성이 전동킥보드를 타고 빠른 속도로 사람들 사이를 빠져나가자 곳곳에서 놀란 행인들이 몸을 피했다. 가슴을 쓸어내린 인근 일식집 직원 서모 씨(27)는 지하철 막차가 멈추는 시간부터 도로 곳곳에서 음주킥보드가 튀어나온다. 사고가 날까 봐 깜짝 놀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고 하소연했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일단락되고 각종 대면 행사가 재개되면서 음주 상태에서 전동킥보드를 몰고 귀가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특히 대학가에서 킥보드 음주운전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어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대면 이벤트 재개와 택시 요금 인상으로 음주 킥보드가 늘어나다

이날 홍대 인근에서는 술을 마신 채 헬멧도 쓰지 않고 보도나 차도에서 전동킥보드를 타는 젊은이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전동킥보드 탑승을 준비하던 대학생 박모 씨(23)는 서대문구 창천동에 사는데 1km 거리에서 택시를 타기에는 돈이 아깝다고 생각한다. 만취 상태가 아니면 킥보드를 자주 타고 집에 간다고 말했다.

개강 후 대면 수업이 진행되는 대학가에서 유독 늦은 시간까지 회식을 하던 대학생 등이 킥보드 음주운전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실제로 7일 오전 2시경에는 서울 성북구의 한 대학 캠퍼스에서 술을 마신 채 전동킥보드를 타던 학생이 쓰러져 얼굴이 피투성이가 된 채 발견됐다. 당시 상황을 목격한 대학생은 "사고 현장을 사진 촬영 중에도 술을 마신 남학생 2명이 전동킥보드를 타고 지나갔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택시할증 시간과 할증률이 조정된 데 이어 지난달 택시요금이 인상되면서 킥보드 음주운전이 한층 늘었다고 한다. 서울 광진경찰서의 한 파출소 팀장은 택시요금 인상 직후부터 전동킥보드 이용자가 2배가량 늘었다. 요즘 주말에는 하루 3, 4건씩 킥보드 음주운전을 단속하겠다고 말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2월 전동킥보드를 포함한 개인형이동수단(PM) 음주운전 단속 건수는 274건으로 전년 동월(164건) 대비 70%가량 늘었다.

● ●단속 어렵고 처벌 수위 낮아

단속 건수는 늘고 있지만 실제로 킥보드 음주운전을 하다 단속에 걸리는 경우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대학생 A 씨(26)는 술을 마시고 킥보드를 자주 타지만 단속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단속하려면 차가 들어갈 수 없는 골목 등으로 도망치면 끝"이라고 말했다. 경찰청 관계자도 "순찰차에서는 킥보드 운전자를 따라가는 길을 지켰지만 단속하는 게 현재로선 최선"이라며 "킥보드 음주운전을 발견하고 갑자기 순찰차를 세울 경우 사고가 발생할 위험도 있다"고 말했다.

만일 적발되더라도 일반 차량에 비해 음주운전 처벌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다. 현행법에 따르면 혈중알코올농도 0.030.08%로 PM을 운전하다 적발될 경우 1년 이내 운전면허 정지와 범칙금 10만원 처분이 내려진다. 한편 일반 차량의 경우 혈중알코올농도 0.030.08%로 운전하다 적발되면 1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원칙적으로는 운전면허증이 있어야 전동킥보드를 빌릴 수 있지만 무면허라도 본인인증만 거쳐 빌릴 수 있는 대여업체도 있다고 한다. 지난해 12월 인천에서는 술을 마신 채 무면허로 전동킥보드를 몰다 시내버스를 들이받은 여고생이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킥보드 음주운전 위험성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와 단속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정재호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전동킥보드 음주운전을 일반 차량 음주운전에 비해 가볍게 생각할 수 있지만 온몸이 외부로 노출돼 오히려 더 위험한 측면도 있다"며 "정부 차원에서 홍보와 특별단속을 강화해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올해 대면행사 재개 등으로 킥보드 음주운전이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 만큼 단속 강도를 한층 높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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