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사이어티

사자, 얼마 남지 않은 생시멘트 바닥 대신 흙을 밟아라.

임영재 2023. 6. 26. 0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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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어 마른 채 낡고 열악한 시설에서 혼자 지내는 것으로 알려져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경남 김해시 부경동물원의 수컷 사자.

이 숫자의 사자는 2004년생이다.

사자 나이로 20세지만 인간 나이로는 100세에 가깝다고 한다.

사자는 아프리카 사바나(열대초원)의 최상위 포식자 초원의 제왕이다.

하지만 부경동물원 숫자는 한국이 고향이다.

서울어린이대공원에서 2004년 태어났다.

부경동물원 운영자는 "2013년 동물원을 개원했고 2016년께 서울어린이대공원에서 사자를 인도받았다"고 말했다.

부경동물원 측은 이 수컷 사자가 암컷 사자와 함께 지냈지만 암컷 사자가 죽은 뒤 줄곧 혼자 지내왔다고 말했다.

부경동물원 좁은 케이지에서 7년여를 살았다.

이 케이지는 건물 안에 있다.

사람들이 구경하듯 투명창을 설치한 쪽을 제외한 3면 천장은 막혀 있다.

바닥도 딱딱한 시멘트 바닥이다.

매일 사육사가 주는 닭고기만 먹고 부드러운 흙, 태양과 구름, 밤하늘의 별, 비와 바람과 구름 등 초원의 자유로운 사자라면 매일 경험했던 평범한 자연 현상을 느끼지 못한 채 오랜 시간이 흘렀다.

좁은 케이지 안에서 숫자 사자가 할 수 있는 행동은 별로 없을 것 같다.

 

누워서 잠을 자거나 구경꾼의 낌새에 눈을 뜨는 무기력한 모습 외에는 당당한 초원의 제왕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홀로 남겨진 이 숫자의 운명은 최근 인터넷 여론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고통받는 동물에게 자유를 주세요', '방치된 동물에 무관심한 김해시', '동물복지에 신경써주세요'라고 요구하는 글들이 6월 들어 김해시청 홈페이지 '김해시장에 바란다'에 잇따라 올라왔다.

글을 쓴 이들은 시설이 낡고 열악하다며 동물원 폐쇄까지 요구했다.

특히 앙상한 채 좁은 우리에서 혼자 있는 사자를 구해달라는 요청이 많았다.

여론이 움직이면서 수컷 사자는 여생을 새 둥지에서 보낸다.

충북 청주동물원이 이 숫자의 사자를 물려받아 돌보겠다고 나섰다.

김해부경동물원 운영자도 "좋은 환경에서 마지막 삶을 살 수 있도록 청주동물원에 사자를 인도하는 데 동의했다.

우리나라는 '멸종 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 당사국이다.

협약 당사국은 거래를 제한하거나 일정한 절차를 거치는 방법으로 멸종 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

 

 

 

사자도 이 대상에 포함된다.

낙동강유역환경청이 사자 양수를 승인하면 금강유역환경청이 사자 양도를 승인하는 방법으로 부경동물원의 수컷 사자를 청주동물원으로 옮긴다.

청주동물원은 청주시에서 운영하는 동물원이다.

동물복지에 일찍 눈뜬 청주동물원은 동물을 가둬놓고 구경시키기보다 야생에서 구조한 동물을 치료하고 돌보는 역할을 중시하는 동물원이다.

동물을 동원한 공연도 하지 않는다.

야생동물구조센터가 있어 영구장애가 있는 동물을 데려와 치료하고 남은 삶을 살게 하거나 인도적 안락사를 시킨다.

청주동물원 김정호 진료사육팀장(수의)은 "행정절차가 끝나면 부경동물원 수컷 사자를 청주동물원 사육장으로 안전하게 옮길 예정"이라고 말했다.

청주동물원 사자 사육장은 부경동물원 케이지와 달리 사자가 400~500평이 되는 공간에서 흙땅을 밟으며 비교적 자유롭게 지낼 수 있다.

 

사자는 무리를 짓는 동물이다.

마침 청주동물원에 12살, 20살을 바라보는 사자가 있어 부경동물원 수컷 사자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면 사회적 무리를 이룰 수도 있다.

동물 애호가들은 동물원 자체가 사라져야 할 구시대 유물로 보고 있다.

유럽에서는 과거 아프리카 부족민이나 희귀병에 걸려 신체 변형이 있는 사람을 서커스, 행사 등에 전시해 구경하도록 했다.

불과 100년 전의 일이다.

동물원이 앞으로 어떻게 바뀔지 모르지만 지금처럼 동물을 가둬 보여주는 형태동물원은 앞으로 설 자리가 없어질 수도 있다.

김애라 부산동물학대방지연합 대표는 "동물은 원래 살던 곳에서 자유롭게 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시대 변화에 맞춰 동물원도 동물복지를 중요시하는 추세지만 동물을 가두는 시설이라는 것은 변함이 없다"며 "궁극적으로 살아있는 동물을 가둬놓고 구경시키는 시설은 없어지는 게 순리에 맞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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